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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T-Pick] ‘불교계 미투’ 그 후.. 피해여성 “여전히 심리치료 받아.. 삶이 멈췄다”
[한강T-Pick] ‘불교계 미투’ 그 후.. 피해여성 “여전히 심리치료 받아.. 삶이 멈췄다”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9.03.27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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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진스님, 성추행 유죄 확정에도 여전히 막강한 권력
선학원 이사장 임기보장.. 징계 없어
재판서 피해자 평소 행실이나 과거 직장 등 문제 삼으며 무죄 주장
피해여성 "용기 냈지만 모든 걸 잃었다“ 쉼터서 심리치료

[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저는 2016년 8월 5~6일(사건 당일)에 삶이 멈췄어요”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을 확정받은 받은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이 최근 이사회 결의에 따라 2020년 8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선학원은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사람인 백용성 선생 등이 주축이 돼 1920년 설립한 불교 단체다.

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피해여성 A씨는 2016년 3월 28일 선학원에 첫 출근했다.

그곳에서 A씨는 3개월 동안 수습직원을 거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조건으로 선학원 사무국의 재무과에서 행정업무를 맡았다. 법진스님의 잔심부름과 운전기사 노릇도 A씨의 몫이었다.

사건은 A씨가 출근한지 한 달 째 되던 날 벌어졌다. 초파일(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다가올 무렵 A씨는 행사에 쓸 물품을 구매하러 가기 위해 법진스님과 함께 차에 올랐다. 그날 운전을 하던 법진스님은 A씨의 손을 만지며 처음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

법진스님은 평소에도 A씨에게 "바람이나 쐬러 갈래?", "땡땡이 치자", "서울숲 구경 언제 시켜줄래?", "옷사줄까 신발사줄까?", "집은 언제 구경시켜줄래?" 등의 말을 던지며 A씨를 희롱했다.  

이후 2016년 8월 5일 저녁 6시 30분께 법진스님은 A씨에게 "할말이 있다. 시간 비워 둬라"며 A씨를 속초로 데려갔다. 법진스님의 추행은 속초로 가는 차 안에서 또다시 이어졌다.

법진스님은 속초에 도착한 뒤 모텔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모텔로 들어가 방을 잡았다. A씨는 “엘리베이터에 먼저 올라타서 내게 손짓을 했는데, 저는 너무 무섭고 충격적이어서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난 그대로 서서 ‘누가 날 좀 도와줬으면’, ‘저 엘리베이터를 타면 큰일 날 것 같다’, ‘직장에서 짤리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만 했을 뿐”라고 당시의 상황을 증언했다.

A씨는 ‘혼자 택시를 타고 올라가겠다’며 모텔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그러자 법진스님은 차키를 건네며 술을 먹었으니 대신 운전을 하라고 했고, 두 사람은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이후 A씨는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성폭력 피해를 당했음을 인지하고, 고민 끝에 그해 10월 18일 법진스님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그때부터 힘겨운 싸움이 시작됐다.

A씨는 “스님을 고소한 후 저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 난 일개 직원이고 상사는 불교계 거대 법인의 이사장인데, 권력을 가진 성직자를 상대로 성폭력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은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성추행을 고발한 이후 A씨는 건강을 잃고, 다니던 직장도 나갈 수 없게 됐다. 직장 동료들이 찾아오는 탓에 자취방에도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에 쉼터에 거주해야만 했다.

A씨는 “함께 근무했던 동료는 납득할 수 없는 내 과거 행실을 문제 삼았고, 과거에 근무했던 직장까지 찾아가 나를 음해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17일 법진스님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24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 명령을 확정했다. 법진스님은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법원은 “4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불교계에 종사하면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그 지위를 이용해 소속 수습 직원을 추행했다”면서 “그럼에도 진정으로 반성보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과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고 근거 없이 피해자의 평소 행실이나 과거 직장 등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허위 주장을 하는 등 2차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났을 때 희망을 느꼈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법진스님은 형 확정된 이후 선학원에 사표를 냈지만 이사회는 이를 반려했다. 징계처분도 내리지 않았다. 법진스님의 성추행이 유죄로 판결됐음에도 일터로, 교단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 피해를 당한 A씨는 직장을 잃고 평범한 일상까지 송두리째 무너졌다. A씨는 현재까지도 쉼터에 머물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대법원 판결 이후 선학원 이사회가 법진 스님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며 “쉼터와 정신과 병원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오면서 상태가 호전됐지만 변하지 않는 상황이 저를 처음으로 돌려보냈다”고 말한다.

이어 “불안감과 상실감, 허탈감은 저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진심어린 사과도 받지 못했고, 당연한 권리를 가진 간절한 직장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연일 보도되는 미투를 보며 이제 더 이상 숨어만 있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며 “성폭력 피해여성들이 당당히 권리를 구제받고, 사회일원으로 돌아가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저의 호소가 미약한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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